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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 열혈사제(師弟), “제자 철민이, 제가 평생 스승이래요” 조회수 : 3323


                           대경상업고 김동욱 교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철민 사원. 사진=이승재 기자

 

[하이틴잡앤조이1618=박인혁기자]지난해 대경상업고를 졸업한 박철민(20세)씨가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3학년 담임선생님이었던 김동욱 교사를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 씨는 한쪽 눈에 선천적 장애가 있었다. 사회적 편견이 두려웠던 그는 장애 등록을 꺼려했다.  

하지만 2017년 김동욱 선생님을 만나 마음을 바꿨다. 박 씨는 “장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일은 작은 용기가 필요 했다”며 “이 모든 변화는 김동욱 선생님의 따뜻하면서도 현실적인 상담과 격려에서부터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이에 김동욱 교사는 “누구보다 자기 관리가 뛰어나고 목표가 뚜렷했던 철민이를 ‘10년 교직 생활의 전환점이 된 제자’로 기억한다”며 “지금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롤 모델로 삼을 만한 대표적인 취업 성공 사례자”라고 밝혔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대경상업고 김동욱 교사 (이하 동욱) 대경상업고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상업과 컴퓨터를 가르치는 교사 김동욱입니다.  철민이하고는 2017년 3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인연이 됐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철민 사원(이하 철민) 2018년도 2월에 대경상업고를 졸업한 박철민입니다. 현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예산 회계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어떤 의미에서 특별한 사제지간인가요.

철민 저는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 망막이 찌그러져 있어서 시력이 거의 없어요. 한 눈으로 보면서 불편하긴 하지만 사회에서 편견이나 차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그런데 동욱 선생님께서 결코 취업이나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약점이 되지 않을 거라고 설득하셨죠. 그래서 2017년도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고 결과적으로 제 약점을 극복하고 취업에 전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어요. 졸업 후에 자주 전화도 드리고 찾아뵀지만 지면을 통해 특별한 사제지간을 소개하고 싶어 이렇게 찾아뵙게 됐습니다. 

동욱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0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해왔는데 철민 학생을 만난 일이 교직 인생의 전환점이 됐어요. 우수한 학생을 많이 가르쳐봤지만 철민이는 특히 자신의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목표를 위해 관리를 잘 해요. 남들보다 핸디캡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길을 걷는 철민이가 대견스럽죠.


서로의 첫인상을 기억하나요.

동욱 3학년 담임을 맡기 전부터 워낙 성실한 학생이라는 소문을 동료 교사들에게 많이 들어서 기대가 많았어요. 그리고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역량을 발휘해줘서 고마운 제자죠. 3학년 학업 지도가 힘들다고 하는데 철민이와 학급 친구들은 모두 저에게 큰 추억이 됐어요.

철민 1학년 때는 동욱 선생님이 생활지도부로 활동하셔서 막연히 무섭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3학년 담임선생님으로 만나게 되니 누구보다 자상하시다는 걸 알게 됐죠. 같은 반 친구들도 졸업한 이후에는 선생님이 ‘순둥순둥’하다고 얘기할 정도니까요.(웃음)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철민 씨 취업 준비를 도왔나요.

철민 보통 선생님들께서 상담하시다보면 속상한 마음에 현재의 상황을 다그치거나 꾸짖으시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그런데 동욱 선생님은 질책하시기보다는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주시는 스타일이세요. 특히 목표가 정확하지 않거나 전공과 아예 다른 길을 가고 싶은 친구들도 있잖아요. 선생님은 그런 상황을 모두 이해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셨어요.

동욱 철민이는 사실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잘하는 학생이었죠. 수업 참여도도 좋고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고 목표에 다가가는 방법을 알았어요. 나아가 다른 친구들의 방향까지 제시해주는 보기 드문 학생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업이나 취업에 있어 제가 특별히 지도한다기보다는 지원해주는 정도였어요. 체력에 대해 조언하고 멘탈 관리해주는 정도가 제가 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취업을 준비했나요. 

철민 1학년 때부터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목표로 삼고 취업을 준비해왔어요. 자격증과 학교 성적, 봉사활동, 대외활동, 대회 등으로 나눠서 골고루 활동했죠. 대외활동을 하다 보면 다른 특성화고 친구들, 인문계 학생, 대학생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의 활동과 제 활동을 비교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계속 채워나가려고 노력했어요. 자격증도 따고 3학년에도 봉사활동을 3개씩 병행했죠.

동욱 철민이는 알아서 자신이 지원할 곳을 찾아서 지원하는 학생이었죠. 고졸자에게 한정된 채용 자리가 아니라도 자격이 된다면 서류를 준비하고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하면서 학생들이 고졸이라는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고 상처받는 것도 많이 봐왔거든요. 하지만 철민이는 전혀 위축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이 갈 곳을 찾았어요. 지금 일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학력제한이 없는 채용에 철민이가 도전해서 성공한 사례입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철민 어느 날 텔러 직무 면접에 갔는데 면접관께서 ”여성이 많은 직무인데 괜찮겠냐“고 질문했어요. 그 얘기가 그때는 저를 안 뽑겠다는 얘기로만 들렸어요. 자기소개서도 몇천 자 분량을 정성껏 쓰고 필기도 3시간 동안 봐서 합격한 건데 면접에서 그런 얘기를 들으니 지금까지 뭐했나 싶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멘탈이 많이 부셔져서 한동안 힘들었죠. 다른 곳에 지원할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다행히 회복했어요. 

동욱 저는 철민이가 원했던 공기업 면접을 실수로 못 갔던 일이 생각나요. 그 기업에서는 서류 합격하고 면접 통보를 이메일로만 해줬어요. 철민이가 시험기간이라 미처 메일을 확인을 못하다가 등굣길에 확인했는데 당일이 면접이었죠. 헐레벌떡 교무실에 왔을 때 이미 면접 시간이었고 제가 혹시 면접을 늦춰줄 수 있냐고 기업에 전화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날이 마침 중간고사 날이어서 철민이가 울면서 시험을 보는데 너무 안타깝더군요.


선생님이 철민 씨에게 해준 조언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다면요.

동욱 철민이는 워낙 취업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때로는 체력 관리가 문제됐어요. 수면이 부족하거나 힘들어 보일 때는 억지로 쉬게 하거나 부모님께 말씀드려서 건강식품을 권했죠. 그리고 본인이 잘 하는 걸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자신감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죠. 흠잡을 것 없는 자기소개서에서 사소한 부분을 지적해서 다시 들여다보게 유도한 적도 있습니다.(웃음) 

철민 학교 다닐 때도 선생님께 여러 도움을 받았지만 사실 취업 이후에도 선생님한테 상담을 요청하고 조언을 많이 받았어요. 취업에 성공했지만 이제 사회생활의 시작이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세세히 계획을 짜주셨죠. 직장생활에서의 사소한 팁도 많이 받고 있고요. 제가 선생님을 ‘평생 스승님’으로 생각하기에 가능한 일이죠.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