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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 직업교육훈련, 인식 개선 및 산업체 참여 법제화 시급 조회수 : 1368

[하이틴잡앤조이 1618= 박인혁 기자]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의 직업교육훈련을 국내 현실에 맞게 도입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2014년 시범 운영에 이어 2016년 정식 지정됐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지만 한국식 도제학교 운영은 국내 직업교육훈련 환경에 여러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김기홍 박사의 저서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를 토대로 독일식 직업교육훈련 제도의 특징을 알아보고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및 직업교육훈련의 현실과 앞으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정리했다.



△독일 자동차마이스터학교에서 도제수업을 받는 청년들



학교와 산업체가 직업교육 분담하는 이원화 제도

독일 직업교육훈련의 핵심적 요소는 이원화 제도다. 쉽게 말해 직업교육을 학교와 산업체가 분담해서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독일의 이원화된 직업교육훈련에서 학습 장소는 직업학교(Berufschule)와 산업체(Betrieb)로 나뉜다.

독일의 직업학교 내 학습 장소는 교실과 작업실 및 실험실이며 산업체의 직업교육훈련은 일터와 작업실 및 실험실, 기업 내 수업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처럼 독일의 이원화 제도는 철저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산업체는 직업훈련과 관련한 현장 중심의 영역을 담당하며 직업학교는 전공과 관련한 이론학습을 중심으로 훈련을 제공한다. 독일의 이원화 양성훈련은 직업교육훈련 의 필요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관련 법규를 바탕으로 국가적으로 체계가 구축돼 있으며 철저한 관리 감독과 재정지원을 통해 주체들의 역할이 극대화된다.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제도는 중등단계 직업훈련을 통해 ▲공업 ▲수공업 ▲농업 ▲상업 ▲어업 등 모든 산업 분야에 필요한 산업현장 중심 전문 기능공과 전문직 종사자 및 숙련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진다.

독일 도제식 이원화 직업 마이스터 자격은 산업 마이스터와 수공업 마이스터로 구분된다. 산업 마이스터는 ▲건축 ▲화학 ▲전자 ▲전선 ▲인쇄 ▲제본 ▲주조 등의 업종에서 취득하게 된다. 수공업 마이스터는 ▲금속 ▲유리 ▲제지 ▲목공 ▲직물 ▲의상 ▲보건 ▲청소 ▲식료품 등의 업종에서 취득한다.

마이스터 자격 검정은 기본적으로 향상 과정의 자격시험이기 때문에 자격과정을 반드시 이수할 필요는 없다. 직업학교 졸업과 전문공 또는 숙련공(Geselle) 자격 취득 후 동일 분야 3년 이상 종사한 경우 마이스터 자격을 부여한다. 자격시험으로 산업 마이스터는 필기시험만 보고 수공업 마이스터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모두 치른다.



△독일 직업양성훈련의 이원성. 출처=김기홍,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제도>, 2018.



한국형 이원화 직업교육훈련,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독일의 직업교육훈련 이원화 제도를 한국식으로 도입한 형태로 2014년 시범 운영에 이어 2016년 60개교가 정식 지정됐다. 현재 중등단계 직업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정부 지원 사업 중 하나로 특성화고 학생들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이론과 현장실무를 배우는 한국형 도제교육 모델이다. 해당사업에 선정된 특성화고에 재학하는 1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선발해 2학년부터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학교와 기업, 지역산업계가 협업을 통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기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함께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학교는 이론 및 기초실습을 맡고 기업은 심화 실습을 맡는다. 즉 기존의 우리나라 학교중심 직업교육과 독일과 스위스의 산업현장 중심 도제식 직업교육훈련의 강점을 접목한 새로운 직업교육훈련 모델을 창출하는 데 정책적 지원 목적이 있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통해 학생은 졸업 후 구직기간 단축 및 취업 후 직무 만족도와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기업은 우수한 기술·기능인력 확보 및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핵심 분야 산업인력 확충 및 청년 고용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화공고 학생들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프로그램에 따라 실습 수업을 받고 있다. 



현장 중심 교육 통한 기업 역할 변화

한국의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아직 도입 초기이며 성과와 한계를 논의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독일과의 비교를 통해 개선점을 찾아나가는 일은 직업교육훈련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도입으로 인해 나타난 긍정적인 변화는 다음과 같이 분석할 수 있다.

첫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를 통해 학교와 기업에 생기를 불어넣는 현장 중심 교육이 가능해졌다. 즉 관련 산업 분야에 따른 요소 기술을 습득함으로써 학교와 기업 모두 생동감이 넘치는 현장중심 교육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지역 거점 도제교육센터는 OJT 시설 및 장비 구축을 통해 기업 현장과 유사한 교육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가 향상됐다.

둘째, 직업교육에 있어 기업의 역할이 변화했다. 도제교육을 통해 직업교육의 현장성이 강화되고 있다. 또한 기업이 단순한 인력 수요자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주체로 인식 하는 등 기업 역할이 변화했다.

셋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참여 학생이 참여하지 않은 학생보다 취업률이 높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기업 현장에서 적합한 교육 모델을 운영해 약 80%의 높은 도제반 취업률로 비도제반 취업률 49.1%에 비해 높은 성과를 보였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의 운영 목적이 산업체 현장중심의 교육훈련을 통해 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직무능력을 조기에 습득하는 데 있기 때문에 산업체에서 이수 학생 중에 직접 채용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넷째, 참여 기업과 학생 수의 양적인 증가와 다양한 특성화 분야로의 확대다. 2015년 9개 사업단 9개 과정에서 168개 기업과 503명의 학생이 참여했으나, 2018년 8월 기준 68개 사업단 198개 과정에서 2940여 곳 기업과 1만 875명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주요 참여 분야도 2014년 ▲기계 ▲재료 분야에 한정됐던 것에서 벗어나 2015년 ▲자동차 정비 ▲화학 ▲전기전자, 2016년 1차 ▲소프트웨어 ▲미용 2016년 2차 ▲세무 ▲회계 ▲건설 ▲조리 등으로 확대됐다. 지역적으로도 ▲부산 ▲울산 ▲충청북도 ▲전라북도 등에 신규 도제학교가 선정되며 전국단위 사업으로 확산하는 성과를 거뒀다.


제도적 지원과 법제화 통한 산업체 참여 유도가 숙제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이처럼 짧은 기간에도 도입 성과가 극명히 드러나고 있지만 보완할 점도 존재한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운영에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아직도 학교와 산업체의 교육훈련 이원화 협력이 독일이나 스위스처럼 체계적이지 못하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경우 산업체가 학생에게 제공해야 할 교육훈련과 관련한 역할과 권한 및 책임을 분명하게 ‘직업교육훈련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참여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식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그친다.

둘째,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과거 특성화고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보다 더 이른 시기에 시작하게 되고 지위가 학습 근로자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있다는 점도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과 다른 점이다. 하지만 학생들이 현장에 대해 잘 모르고 나가거나 현장에서 제대로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과 다를 바 없이 학생들이 자신이 하는 일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도제교육에 지속해서 참여할 산업체 확보가 어렵다는 점도 독일이나 스위스의 이원화 제도와 다른 부분이다.


안전사고와 노동력 착취에 대한 고민 모색

산업체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한 교육훈련 없이 생산현장에서 투입해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발생한다. 즉,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시스템이 학생들의 노동력만 착취하는 구조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부 기업이 제대로 된 직업훈련 프로그램 없이 학생들을 받아 최저임금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실 직업계고등학교인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의 직업교육은 단지 학교교육만으로는 빠른 직업세계의 변화나 노동시장의 추이를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중등직업교육은 고등직업교육과 달리 첨단 산업분야에 진출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중소 제조업이나 단순 기능 위주의 교육훈련을 받고 취업한다. 따라서 산업체의 근무여건이나 임금구조 등 모든 것이 열악할 수밖에 없다.

특성화고의 기존 현장실습 제도는 2017년 11월 9일 제주 서귀포산업과학고 이민호 군이 음료 제조업체에서 현장실습 도중 적재기 프레스에 짓눌려 크게 다친 뒤 열흘 만에 숨진 사건을 기점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현장실습을 나간다면 여전히 안전사고와 노동력 착취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산업체는 저임금을 노동력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학생을 생각할 것이다. 학생은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한 현장의 경험과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산 현장의 일손을 돕거나 잡무를 처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독일 진로지도, 초등 교육부터 단계적으로 실시

국내 직업교육이 아직까지 고등학교 과정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독일과 다른 점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본격적인 직업교육을 직업계고등학교인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교사까지도 직업계고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중등직업교육이 가정이 어려운 취약계층의 자녀나 혹은 중학교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이 받는 교육으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 누구나 자신이 적성과 흥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진로의 교육임을 인지하는 한편 기존 직업계고에 대한 편견을 불식해야 한다.

독일 학교에서 최초 진로 결정을 하게 되는 나이는 10세로 기초학교 4년을 졸업하게 되는 해에 학교는 부모와 학생들에게 진로 상담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 진로 상담의 결과와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은 공통으로 진학하는 각종 중등 1단계 학교에 설치된 진로지도 단계에서 수업을 받는다.

이 진로지도 단계는 통합된 진로지도체계로서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재능 발굴이라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2년 동안 학생을 관찰하고 진로 상담을 제공한다. 학생들은 2년 동안의 공동 학습 과정 속에서 학생 각 개인의 학습수행능력에서 나타난 문제점이나 약점들을 보완한다. 즉 독일 학교에서 진로지도는 학생들로 하여금 잠재하고 있는 학습수행능력을 신장시키는 데 일차적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개인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개별성과 차별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가 독일 진로교육의 핵심이며, 진로지도의 주요 대상은 학급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간집단의 학생들에게 그들의 재능과 적성에 기반해서 학교에서 제공하는 잠재능력 향상 과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독일식 교육훈련, 한국 구조에 맞게 개발해야

독일식 교육훈련제도를 한국형으로 도입한 것에는 인식 및 사회구조적인 환경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독일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없겠지만 몇몇 문제점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사회구조 속에서 도제식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이 성공할 수 있는 전제로 다음과 같은 특징이 드러난다. 우선 전문적인 직업인에게 불필요한 학력을 요구하지 않으며 대학을 졸업한 관리직보다 마이스터의 연봉이 높다는 점이다. 또한 대학 졸업을 하지 않아도 원대한 포부를 가질 수 있는 도제식 이원화 직업교육훈련제도가 정착돼 있다.

이에 맞춰 한국 사회구조에서 도제식 직업교육훈련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려면 독일 마이스터 제도를 참고하되 한국 구조에 맞는 모형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능장 및 명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개선과 사회적 대우를 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hyuk@hankyung.com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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