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직업의 세계] ″관객들의 박수가 저에겐 ‘피로회복제’죠″ [직업의 세계] 조회수 : 3567


장소영 뮤지컬 음악감독


‘하드락 카페’, ‘김종욱 찾기’, ‘피맛골 연가’, ‘남한산성’, ‘그날들’… 다수의 국내 창작 및 라이선스 뮤지컬의 음악감독으로 관객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 장소영 뮤지컬 음악감독. 뮤지컬을 넘어 모든 장르와 공간에 음악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꿈꾸는 그녀의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한 지 어느 정도 됐나?

2004년 뮤지컬 ‘하드락 카페’로 시작했으니 13년 정도 됐다. 서른넷에 음악감독이 됐는데, 그 전에는 작곡이나 편곡도 하고 영화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뮤지컬 음악감독은 어떤 직업인지 소개해 달라.

뮤지컬 음악감독은 조율사다. 뮤지컬은 다양한 예술을 결합해 만든 예술인데, 다양한 예술을 음악이라는 한 장르로 연결시키는 역할이다. 예를 들면 음악을 안 관객들이 원곡을 다시 찾아 듣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무엇보다 김광석의 노래에는 단순함에서 오는 묘한 매력이 있지 않나. 노래 안에 내재돼 있는 슬픈 감성이 좋았다.


최근 故김광석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는데,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노래로 뮤지컬을 만든다는 것에 부담은 없었나?

완전 부담이었다.(웃음)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누군가 이상하게 부르는 것도 싫은데…. 처음 제안이 왔을 때 거절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참여했다. 김광석씨의 노래 스타일이 빠르지 않고, 통기타와 하모니카로 연주되는 노래가 많아 편곡할 때 애를 좀 먹었다.


이 공연을 하면서 개인적인 목표나 바람도 있었을것 같은데. 

정말 바랐던 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가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 라는 것과 관객들이 원곡을 다시 찾아 듣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무엇보다 김광석의 노래에는 단순함에서 오는 묘한 매력이 있지 않나. 노래 안에 내재돼 있는 슬픈 감성이 좋았다.


극 중 유준상, 오만석, 오종혁, 지창욱 등 여러 배우들이 한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데, 배우들마다 노래 스타일을 수정하기도 하나?

당연하다. 무대에서는 배우가 돋보여야 하기 때문에 배우의 성향이나 노래 실력에 따라 돋보이게 바꿀 수도 있다. 한 캐릭터에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되면 같은 노래라도 배우의 스타일마다 달라지기 마련이다.


극 중 나오는 故김광석의 노래 30여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가 있다면?

김광석씨의 ‘꽃’과 ‘내 사람이여’라는 곡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이다. 극의 후반부에 두 곡을 한 곡으로 편곡하는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였는데, 관객들이 두 곡인지 모르더라. 그래서 조금 당황했었다.(웃음)


하나의 뮤지컬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제작사에서 만들고 싶은 공연의 스토리로 시작할 수도 있고, 작가가 먼저 제작사에 제안할 수도 있다. 그렇게 시작이 되면 연출부터 음악감독, 배우를 섭외해서 작품을 만들게 된다. 무와 연결하거나 스토리 또는 배우와 연결하는 연결고리로 볼 수 있다.



음악감독이 곡을 만들기도 하나?

나 같은 경우엔 작곡과 감독을 같이 하는데, 보통 작곡가와 음악감독의 역할이 나눠져 있다. 흡사 많은 음식점 중 오너 셰프로 운영되는 가게도 있고, 주방장을 두고 운영하는 가게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뮤지컬에서 음악감독의 역할은?

‘그날들’로 예를 들자면 첫 작업을 할 때 김광석의 노래 40곡 중 공연에 들어갈 30곡을 추리는 작업을 했다. 스텝들과 회의를 통해 곡을 스토리와 맞춰보고 어울리는 곡으로 확정짓는 작업을 한다. 그리고 작품에 맞는 배우를 선정하기 위해 오디션을 봤다. 약 1,000~1,500명 정도의 배우들이 오디션을 신청했고, 그 중 25명의 앙상블 배우를 캐스팅했다. 배우 오디션은 보통 3차까지 진행한다. 배우가 캐스팅이 되면 연습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음악감독은 배우들의 노래를 가르치고 노래에 대한 이해를 돕는 역할도 한다. 약 6주 정도의 연습 과정이 소요된다. 그 사이 음악감독은 극에 어울릴 수 있도록 편곡 작업을 한다. 그리고 본 공연 땐 음악감독이 라이브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게 된다.


본 공연 때는 어떤 역할을 하나?

본 공연 땐 배우를 포함해 조명, 음향, 무대 감독이 음악감독(지휘자)의 사인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음악감독 앞에 모니터가 여러 개다. 지휘자를 중심으로 배우들이 움직이고, 조명이 켜지고, 무대가 움직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역할이다.


공연 중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공연을 하게 되면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이 많이 생긴다. 예전 ‘금발이 너무해’라는 공연에서 실제 개가 나오

는 장면이 있었는데, 개가 무대에서 용변을 본 적이 있었다.(웃음) 배우들도 당황하고 나도 당황했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개가 용변을 보는 동안 음악을 잔잔하게 깔아준 적도 있다.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나와서 용변을 치우더라. 공연 중 위기 대처도 음악감독의 역할이기도 하다.


대중음악과 뮤지컬 넘버의 차이점은 뭔가?

대중음악과 뮤지컬 넘버를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단품 요리와 코스 요리와의 차이로 표현할 수 있다. 가요는 한 곡에 모든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단품요리라면 뮤지컬 넘버는 전체 극의 흐름에 하나의 소스나 코스 요리로 표현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뮤지컬 넘버 중 어떤 노래가 좋은 노래인가? 

꼭 불러야 할 때 나오는 노래다. 멜로디나 가사가 좋은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불러야 할 시점을 잘 선택해야한다. 예를 들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이 공연 시작 부분에 나온다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뮤지컬에선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음악이 좋은노래라 할 수 있다.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은? 

우선 음악을 전공해야 한다. 그게 피아노든 성악이든 중요하지 않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누군가를 가르치고 조율할 수 있다. 그리고 문학에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소통이 잘 되는 것도 중요하다. 연출과 배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해야 하기때문이다. 다만 노래를 잘할 필요는 없다.(웃음) 듣는 귀가 좋으면 된다.


이 직업의 매력은 뭔가?

하나의 뮤지컬이 만들어지기까지 그 중심에서 작업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닐까. 그리고 커튼콜 때 관객들의 쏟아지는 박수는 피로회복제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리 무거운 피곤함도 다 씻겨 내려간다. 그리고 배우는 하나의 캐릭터만 연기한다면 음악감독은 주인공도 됐다가 악역도 했다가 동네 사람도 될 수 있다.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접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회사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회사인가? 

음악이 필요한 곳에 어울리는 음악을 만들어주는 회사다. 예를 들어 기업이나 놀이동산 등 공간에 어울리고 필요한 음악들을 구상하고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연봉은? 

열심히 하는 만큼 번다.(웃음) 공연의 규모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수입이 너무 작거나 많지도 않다. 직업으로 삼기엔 나쁘지 않다.


뮤지컬 음악감독의 직업적 비전은? 

그건 내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1세대 음악감독은 아니지만 지금의 위치에서 내가 열심히 해야 후배들도 따라 오지 않겠나. 국내 창작 뮤지컬이 재미있고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할 것이다.


뮤지컬 음악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우물의 깊이가 깊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듯, 음악적 소양과 지식이 깊어야 음악감독으로서 오래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인문학적 소양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 음악과 문학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글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

나의 생각 Goo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