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1618] “좋은 가구요? 사용자를 배려한 가구죠” [직업의 세계] 조회수 : 14384

“(가구 디자이너는)여자가 할 직업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하루에도 천 번 이상 힘들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도 10년 넘게 하는 걸 보면 재밌다는 거겠죠.” 

두 시간 남짓 인터뷰를 하는 동안 작업실 안에선 글라인더 굉음과 사방으로 날리는 톱밥만이 외부인을 반겨주었다. 거뭇한 남자들만 득실대는 팍팍한 작업실에서 오롯이 10년을 버텨 온 여성 가구 디자이너 남궁윤정 씨를 <직업의 세계>에서 만나봤다. 




남궁윤정 

가구 디자이너


∷ 남궁윤정 가구연구소 대표 

∷ 청암예술학교 실용미술학과 외래 교수

  


어떤 일을 하나요?

활동하는 분야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아트 퍼니처 작가와 상업 가구를 만드는 일이 그것입니다. 상업 가구를 제작하는 일은 일반적인 가구 디자인을 포함해 공간 디자인도 같이 하고 있어요. 예전에 가구 브랜드 ‘퍼시스’에서 공간 컨설팅을 접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공간 디자인을 맡기도 했다.   


공간 디자인은 어떤 일인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을 예를 들면 여성과 남성이 한 공간에서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공간을 디자인해야 한다. 또 보안이 유지돼야하는 공간은 파티션을 높게 설치하기도 하고, 그 공간에 필요한 가구들을 직접 제작하기도 해요. 


보통 작업은 어디서 하나요?

사무실이 있는 가든파이브(서울 송파구 문정동)나 과천에 있는 과학관, 홍대에서 하기도 합니다. 작업실마다 장비가 다 달라 옮겨 다니면서 작업하는 편이죠. 


무거운 목재나 장비를 사용하는 작업이 힘들진 않나요?

힘들다는 생각은 하루에 천 번 정도 해요.(웃음) 10년 째 이 고민을 하는데 요즘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어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최근엔 어떤 작업을 했나요?

요즘엔 다른 작가들과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을 종종 하는데, 같은 가구디자이너나, 전혀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와도 콜라보를 해요. 


다른 작가와 콜라보 작업을 할 때 마찰은 없나요?

콜라보는 회사에서 상품을 만드는 것과는 달라요. 쉽게 말하면 내가 만든 작품에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믹스하니까 마찰보다 오히려 시너지 효과가 나요. 


어떤 가구들을 만드나요?

주로 목조형 가구를 만드는데, 의자나 책상, 퍼포먼스적인 작품을 만들기도 해요. 예전에 만든 의자는 장정 3명이 겨우 들 정도로 무거운 작품도 있죠.  


홈페이지에서 판매되는 가구들은 모두 제작하나요?

작은 제품들은 직접 제작을 하고, 몸집이 큰 제품들은 외주업체에 맡기기도 해요. 물론 설계는 직접 해서 넘기구요. 


가구 디자이너로 활동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한 10년 정도 됐어요. 전공은 디자인공학이었고, 캐릭터 디자인을 하고 싶었죠. 졸업하고 가구디자인 직업교육강의를 다녔는데, 강의를 하다 보니 점점 이 분야에 빠져 들었죠. 가르치는 학생들도 열의가 넘치다 보니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 가구에 빠져든 것 같아요.  


가구 디자인만의 특징이 있다면?

한 사람이 하나의 가구를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핸드폰을 디자인하는 사람은 디자인 영역에만 참여할 수 있는 반면, 가구는 구상부터 제작까지 혼자 할 수 있어요. 반대로 말하면 가구 디자이너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다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구를 제작하는 과정과 기간은요?

우선 어떤 가구를 만들지 구상한 뒤 설계도면을 만들고, 콘셉트에 맞는 재료로 제작을 하는 식이죠. 최근에 한 성당의 ‘간이 고해 성사실’을 제작했는데, 6개월 정도 걸렸어요. 더 오래 걸리는 가구도 있는데, 보통 구상부터 완성까지 한 달여 정도 걸려요. 





추구하는 가구 스타일이 있다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느낌의 가구 스타일을 만드는 편입니다. 트렌디한 가구보다 따뜻하고 착한 느낌을 좋아해요. 가구는 사람과 항상 같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질리지 않아야 한다   는 게 지론입니다. 


짜맞춤 기법을 주로 활용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기법인가요?

짜맞춤 기법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끼리 수축 이완을 하도록 제작하는 기법인데, 대표적으로 한옥을 지을 때 활용해요. 오래토록 튼튼하게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어떤 가구가 좋은 가구인가요?

안전한 가구가 아닐까.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고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좋은 가구라고 봅니다. 몇 년 전 캐나다에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캐나다의 모든 건물 1층은 자동문으로 돼 있었죠. 심지어 자동문이 아니면 건축허가가 안 난다고 들었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이나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배려 차원에서 자동문으로 설계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가구나 공간은 사용자를 배려해야 좋은 디자인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구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조건은?

우선 가구의 재료인 나무나 철재를 자유자재로 들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웃음) 그리고 하나의 가구를 만들기 위해 정해진 예산 안에서 제작해야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좀 더 저렴한 재료로 만들면 어떨까 라는 유혹을 이겨낼 수 있어야 해요. 바로 최소한의 양심이 필요합니다. 작가로서의 양심이 없다면 쉽게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디자인과 관련되지 않은 사물을 디자인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센스도 필요해요. 예를 들면 핸드폰을 볼 때 어떤 버튼이든 쉽게 누를 수 있는 디자인을 의자에 적용시켜 높낮이나 각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도록 접목시키는 센스같은 거요. 


가구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꼭 대학을 나와야만 하나요?

음….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재능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손재주가 뛰어난 작가들 중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자신의 장점을 살려 가구를 만드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 출신 학교나 학벌을 따지는 문화가 존재하긴 해요.





가구를 잘 만들기 위한 팁을 준다면?

다른 제품을 많이 베껴봐야 해요.(웃음) 카피하라는 뜻이 아니라 디자인을 처음 공부하는 사람들은 기존 제품을 더 나은 제품으로 만드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주로 얻나요?

주로 사람들한테 많이 물어봐요. 지인들이나 아님 길거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디자인 공부하는 학생인데요. 이거 어떠세요?”라고 물어보기도 합니다.(웃음) 가장 좋은 건 이 가구를 사용할 대상에게 물어보는 것이구요. 


직업의 만족도는? 

체력적으로 힘든 거 빼곤 백프로 만족한다.(웃음) 가구를 만드는 것도 재밌고, 완성되고 나서 보면 뿌듯해요. 노력해 만든 것들이 눈에 보이니까 만족도가 더 높은 것 같아요.  


수입은 어때요?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만족하는 수준입니다. 사업이다 보니 성수기, 비수기가 확실한데, 공간 디자인의 경우 예산을 투입하는 시기인 연말이 가장 바쁘고. 아트 퍼니처는 봄 시즌에 많이 팔려요. 


가구디자이너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한마디. 

디자인을 하는 친구들이라면 스스로 ‘좋다, 안 좋다’를 판단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자신이 만든 무엇인가를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평가 받고, 수정을 해나가는 용기가 필요해요. 물론 디자이너들은 고집이 있어 쉽진 않지만 그 과정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반대로 근자감도 있어야 해요. 작가가 자신감이 없으면 어딜 가도 자신이 만든 제품을 떳떳이 보일 수 없어요. 극과 극의 요건이지만 분명이 필요하고,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으로의 계획 좀 들려주세요.

재밌게 가구를 만들 수 있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 가구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학교를 만드는 게 꿈이죠.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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