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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격투기 해설, 죽을 때까지 해야죠″ [직업의 세계] 조회수 : 4615



UFC·로드FC·K-1·프라이드… 강한 남자들의 세계에서특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격투기 해설자 겸 선수로 활동하는 김대환 해설위원이 격투 인생 스토리를 털어놨다. 6승 1패의 화려한 전적이 말해주듯 풍부한 격투 지식과 실감나는 해설로 격투기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김대환 해설위원을 <직업의 세계>에서 만났다.


격투기 해설은 언제 시작했나?
2003년도에 시작해 올해 13년차다. 해설을 하면서 격투기 선수로도 활동 중이고, 분당에 체육관도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어릴 적부터 워낙 강한 걸 좋아해서 격투기 경기를 챙겨볼 정도로 광팬이었다. 유도, 킥복싱 같은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킥복싱 홈페이지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 군 입대를 할 무렵, 국내 케이블 방송사에서 K-1, 프라이드와 계약을 맺고 중계를 하더라. 2004년쯤에 SBS SPORTS 채널에서 격투기 해설자를 뽑는데 오디션을 보라는 연락이 왔었다. 그래서 오디션을 보고 격투기 해설을 시작하게 됐다.


어떻게 알고 연락이 온 건가?
그때만 해도 격투기 전문 해설위원이 없었기 때문에 방송 관계자들이 수소문해서 찾아본 것 같더라. 내가 운영했던 격투기 홈페이지를 보고 연락이 왔었던 것 같다.


격투기 팬에서 전문 해설자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내가 말로 먹고 살줄은 몰랐다.(웃음) 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나선다거나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나마 가장 좋아하는 격투기 이야기를 하는 거라 방송 울렁증이 조금 덜했던 것 같다.


첫 중계한 경기가 생생할 것 같은데, 어떤 경기였나?
첫 해설한 선수가 워낙 무명이라 이름은 정확히 기억은 안 난다. 경기 테이프를 받고 나서 며칠 밤낮을 돌려가며 봤다. 분, 초로 나눠 어떤 이야기를 할지 써서 외울 정도였으니까…. 끝나고 나니 내가 무슨 얘길 했는지 기억도 안 나더라.(웃음)


종합격투기에 대해 간단히 소개 해 달라.
일반적으로 격투기 하면 복싱을 생각하는데 일단 복싱과는 룰이 다르다. 복싱은 주먹으로만 대결한다면 격투기는 각 대회마다 룰이 다르고, 그 룰을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이 보기엔 헷갈릴 수 있다. 종합격투기인 MMA(Mixed Martial Arts)는 태권도, 합기도, 쿵푸 등이 혼합된 종합격투기 무술이다. 최근에인기 있는 UFC는 MMA를 하는 하나의 단체라고 보면 된다. UFC가 인기 있다 보니 다른 경기들도 UFC쪽으로 룰이 많이 따라가는 분위기다. 룰이 다른 이유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재미를 주기 위함인데, 해설자가 중계를 하면서 룰에 대한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국내 격투기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국내 선수들의 수준은 굉장히 높다. 다만 국내 격투기 시장이 좁을 뿐이다.


격투기 해설자 그리고 선수로 활동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직접 경기를 뛰기 때문에 경기를 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해설로 풀어낼 수 있다. 지금까지 시합을 하는 이유도 좋은 해설을 하기 위함이다. 해설자가 선수로 뛴다는 것은 좋은 도수의 안경을 끼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통 시합을 준비할 때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두 달 정도 준비한다. 중간에 해설도 하고 체육관을 운영하다보니 운동을 많이 하진 못하는데, 하루 두 번 정도 강도 높은 운동을 하고 있다. 요즘 UFC 선수들도 짧고 강하게 하는 운동 스타일로 많이 바뀌어서 보통 스트레칭을 포함해 1시간을 넘지 않는다.


경기 전 선수들끼리 도발하는 행위를 종종 보는데, 쇼맨십인가?
물론 몇몇 선수들이 쇼맨십으로 도발하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실제상황이다. 실제 계체량 때부터 시합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무하마드 알리가 ‘경기는 정해진 순간부터’ 라고 말한 것처럼 심리전도 경기의 일부다.


시합 땐 기선 제압이 중요한데, 노하우가 있나?
상대의 기선제압에 대해선 크게 생각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오히려 자신과의 싸움을 더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시합 때 상대 선수와의 눈싸움도 안한다.(웃음)





최근 권아솔 선수가 선배인 최홍만 선수에게 도발한 것은 어떻게 봐야 하나?
긍정적으로 본다. 몇몇 팬들 중에는 권아솔 선수의 행동을 안좋은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는데, 현재 국내 격투기 선수들은 특징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권 선수의 도발로 격투기가 잠시라도 주목을 받은 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선수마다 캐릭터가 있어서 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세상에는 격투기보다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격투기의 인기를 위해서라도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데는 찬성이다.


최홍만 선수 같이 다른 종목에서 입문한 선수들이 격투기 선수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문화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다.
격투기는 신생 스포츠다. 출신을 따지기보다 실력이나 스타성으로 보여주는 게 정답이라 생각한다. 최홍만 선수의 스타성은 타고났다. 그리고 종목은 다르지만 평생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인정한다.


해설 준비는 어떻게 하나?
대회가 열리면 많은 선수들이 나오기 때문에 준비해야할 것들이 많다. 우선 출전하는 선수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수의 최근 이슈나 개인 정보까지 알아보고, 최근 경기들도 챙겨 봐야한다. 어떤 기술을 주로 쓰는지, 장단점이 무엇인지도 파악한다. 대회의 룰도 다르고, 기술도 다양해서 끊임없이 공부도 한다. 그리고 시합 들어가기 전 선수나 코칭 스텝들과 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격투기 해설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우선 격투기를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설을 위해 레슬링, 킥복싱, 태권도, 복싱, 주짓수 등 다양한 무술을 알아야 하고, 룰에 따라 허용이 되는 기술과 허용되지 않는 기술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피디님이 “경기가 지루해질 때 채널이 돌아가는 시간이고, 해설자는 그 돌아가는 채널을 막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 말을 해설자로서 모토로 삼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현역선수는 아니지만 마이크 타이슨을 가장 좋아하고, 국내 선수 중에는 남의철 선수를 좋아한다. 남의철 선수는 한마디로 싸움꾼이다. 개인적으로도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언젠가 ‘격투기는 자신을 알아가는 끝없는 여행’이라는 명언도 남겼다.(웃음) 그리고 앞으로 기대되는 선수는 정찬성 선수를 꼽는다.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인물이다. 격투기 팬이라면 앞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시합 전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면 경기 결과가 예측 가능할 때도 있을 것 같은데.
전혀 안되더라.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 내 별명이 ‘김펠레’다.(웃음) 예측만 하면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고.


격투기 해설자를 꿈꾸는 친구들이 많을 것 같다. 후배 양성을 할 생각이 있나?
격투기 체육관을 운영하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격투기 해설을 하고 싶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실 격투기 해설가로만 살아가기에는 힘들다. 국내 방송사를 통틀어 중계를 할 수 있는 곳이 다섯 군데 정도인데, 현재 활동하고 있는 해설가들도 설 자리가 부족한 현실이다. 차라리 격투기를 좋아한다면 프로모터나 피디, 에이전트로 진로를 열어놓고 생각하라고 조언 해준다.


직업으로서의 비전은?
개인적으로 격투기 해설가라는 직업은 그다지 밝진 않다고 본다. 해설자로 활동하는 분들의 수가 너무 적고, 열심히 한다고해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아직까지는 없다고 본다. 그래도 격투기 시장의 성장은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격투기 해설자는 몇 명 정도인가?
현재 방송에서 활동하고 있는 해설위원은 다섯 명 정도다.


앞으로의 계획은?
강해지는 건 내 본능이다. 몸이 허락하는 한 시합을 계속 하고 싶다. 아마 한 50세 까지는 하지 않을까.(웃음) 격투기 해설은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사진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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