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직업의 세계] ′셰프.사장.알바까지… 오너셰프의 길′ [직업의 세계] 조회수 : 6353



“지난해 메르스 시기와 오픈이 겹쳐 정말 죽을 뻔 했죠. 스트레스 때문에 응급실에 실려 간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가게를 포기 안 한 건 잘한 것 같아요. 그때 찾아와 준 단골 때문이라도 문 못 닫죠.”(웃음)


요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자신의 가게를 창업한 ‘오너셰프’ 김상일 씨는 요리를 만드는 셰프이자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그리고 허드렛일까지 도맡아한다. 지난해 6월 대학가 밀집지역인 신촌(서대문구 창천동)에 23㎡(7평) 가량되는 일본식 철판요리전문점을 오픈해 운영 중인 김상일 오너셰프를 <직업의 세계>에서 만나봤다.  



- 요리는 언제부터 시작하게 됐나?

요리를 한 지는 한 10년 정도 됐다. 대학 때 전공이 경제학이었는데 적성에 안 맞아 군 제대 후 2005년도에 방송편집 프로그램을 배우러 일본 유학을 갔었다. 일본 치바라는 시골로 갔었는데 돈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도 있었지만 일본어를 빨리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현지인이 운영하는 가게로만 지원했다. 당연히 언어가 안되니 다 퇴짜 놓더라. 30군데 정도 떨어지고 마지막으로 ‘야끼니꾸’라는 고깃집에 갔더니 사장님이 불쌍해보였는지 일하라고 하더라. 그때부터 요리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 고깃집 알바와 요리가 무슨 연관이 있나?

알바했던 가게 메뉴 중에 인기가 없던 메뉴를 내가 맡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반응이 좋았다. 손님들이 좋아하니 덩달아 요리에 재미가 붙더라. 그때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요리인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요리를 만들면서 희열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 일본에서는 알바생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나?

처음 들어갔을 땐 한국과 비슷하게 설거지부터 시작했다. 좀 있으니 샐러드랑 스프를 맡기더라. 시간이 더 지나면서 메인 요리까지 전담하게 됐다. 운도 좋았지만 일본은 직원이 몇 명 안 돼서 알바라고 서빙이나 청소만 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하면 요리도 맡기더라.


- 알바 외에 셰프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요리에 재미를 느끼고부터 도쿄 신주쿠에 있는 하토리요리전문학교로 들어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1년 간 배우고 한국으로 들어와 홍대 철판요리전문점에서 오픈 멤버로 2년 간 근무했다. 그 가게가 당시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장사가 잘돼 일하면서 많이 배웠다. 그 이후 역삼동에 철판요리점을 지인과 함께 오픈을 해 운영하다가 작년 6월 ‘키친 31’을 오픈했다.





- ‘키친 31’은 무슨 뜻인가?

다른 셰프들이 가게를 오픈할 때 자신의 이름으로 하는 게 멋있어 보이더라. 그래서 ‘김상일’이라는 이름을 따 숫자 31을 넣었다.(웃음) 


- 호텔 또는 식당의 소속 셰프가 아니라 직접 가게를 운영하는 오너셰프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의외로 단체생활에 약하다.(웃음) 농담이고, 요리라는 건 만드는 사람의 고집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고집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란 쉽지 않더라. 요리엔 정답이 없다.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누군가는 맛없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만의 요리 스타일로 승부하고 싶었다. 


- ‘키친31’의 콘셉트는?

친절한 가게다. 일본에서 일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이 서비스였다. 손님이 말하지 않아도 종업원이 알아서 친절하게 서비스하는 걸 보고 ‘내 가게를 하게 되면 써 먹어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현재 알바생도 일본 유학생이다. 확실히 서비스마인드가 남다르다. 그리고 메인 요리가 철판요리이다 보니 즉석에서 만들어 따뜻한 상태로 손님들이 즐길 수 있게 하는 게 콘셉트이자 목표다. 


- 많은 지역 중 신촌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가게를 알아보던 중 옆 가게 장사가 너무 잘되더라. 그래서 결정하게 됐다.(웃음) 역삼동에서 할 땐 직장인들이 많아 손님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반면 신촌은 대부분 학생 손님이라 가격도 싸야 하고, 맛도 있어야 해서 가격 책정에 어려움이 컸다. 이 동네는 뭔가 특징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더라. 처음엔 힘들었지만 조금씩 단골손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 가게 운영을 하면서 힘든 적은 언제였나?

작년 6월에 오픈했는데 그때가 전국적으로 메르스 사태가 이슈였다. 오픈은 했는데 손님이 너무 없어서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쓰러진 적도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그때 찾아와 준 손님들 덕분이다. 그때 온 손님들이 요즘에도 가끔씩 오시는데 빼놓지 않고 서비스를 챙겨드린다.(웃음) 


- 셰프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있다면?

요리는 참고 배워야 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충 뭘 넣는다고 맛이 날 일은 없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도 많이 먹어 보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만든 요리에 대한 믿음이다. 참고로 우리 가게는 오픈 주방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내 표정 하나하나를 다 볼 수 있다. 그래서 요리에 자신이 없어도 자신 있는 표정이 늘 유지하고 있다.(웃음)  


- 그렇다면 창업을 하기 위한 조건은?

일단 본인이 하고 싶은 업종을 선택한 뒤에 상권조사를 해야 한다. 가게 주변에 동종업종이 몇 개나 운영되고 있는지,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 등등 꼼꼼히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여유자금이 꼭 필요하다. 가게를 오픈하고 나서 바로 잘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비수기 때 유지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꼭 필요하다. 대략 천만원 정도는 있어야 한다. 


- 오픈할 때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우선 보증금이 3,000만원, 월세가 160만원 나간다. 인테리어 비용 1,000만원, 집기 1,000만원, 그 외 3~400만원 정도 들었다. 인건비는 시급 6,500원으로 2명을 채용하면 월 150만원 정도 든다. 


- 하루 평균 매출은?

아직 많진 않다. 하루 평균 30만원 정도라 보면 된다. 저녁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저녁 9~11시, 2시간에 그 정도 번다고 생각하면 된다. 


- 메뉴 개발할 때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나?

요리책을 많이 본다. 일본식 철판 요리집이다 보니 일본에서 발간한 요리책을 주로 보는 편이다. 


- 어떤 메뉴를 개발했고, 개발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란버터감자’의 경우, 일본에서 비슷한 요리를 먹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감자의 양과 명란젓의 양을 조절하는 데만 수 십 번의 실패를 거쳤다. 보통 메뉴 하나 개발하는데 1주일 정도 걸리는 것 같다. 


- ‘오너셰프’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무조건 예비 자금은 필요하다. 그리고 오픈하고 나서 장사가 안 된다고 해도 버텨야 한다. 주변에서 누가 뭐라고 해도 본인만의 철학을 가지고 끝까지 해보는 게 중요하다.


글 강홍민 기자(khm@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